인사동에 들렀는데 친구가 천상병 시인의 미망인 문순옥 여사가 운영하는 귀천에 가고 싶단다.
무작정 돌아다니다 고개를 돌렸는데, 우연치고는 너무나 반갑게도 귀천이란 간판이 보였다.
1985년부터 운영해왔다고 하니, 그 나이가 나와 꼭 같았다.
포스팅을 위해 검색해보니, 우리가 머문곳은 아마도 본점은 아니고 분점이었던거 같다.
감귤차와 매실차 그리고 함께 나온 한과와 함께 몸을 녹이며,
오랜만에 만난 그녀와 오래된 하지만 신선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찻집 이름도 그렇거니와, 온통 귀천이란 글귀에 귀천시가 도배가 되어있어서
찻집을 나오기 전에 친구에게 물었다. "천상병 시인이 귀천이란 시를 가장 좋아했을까?"
친구는 답했다. "천상병을 가장 잘 표현해 준 시이기 때문 아닐까?"


귀 천 (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행 복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븐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느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나의 가난은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서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을 그런대로 산 인행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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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3 15:06 2009/03/0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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